경남 함양에는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된 ‘상림’이라는 숲이 있습니다.
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 선생이 백성을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최초의 인공 숲입니다.
조향미 시인은 "천년의 숲" 상림의 봄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.
<상림의 봄>
함양 상림을 지날 때는 언제나 겨울
잿빛 가지들만 보고 지나쳤다
그 오랜 숲은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
길가 벚나무들 방글방글 꽃 피울 때도
숲은 멀뚱하니 바라만 보았다
또 봄이야 우린 이제 지겨워
늙은 나무들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
보름 만에 다시 상림을 지났다
아니, 지나지 못하고 거기 우뚝 섰다
아, 천년 묵은 그 숲이 첫날처럼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
시커먼 고목 어디에서 그렇게 연한 피를 숨겼는지
병아리 부리 같은 새잎들이 뾰족뾰족 각질을 뚫고 나왔다
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톡톡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
온 숲에서 달콤한, 솜털 뽀얀 아가 냄새가 났다
봄바람은 요람인 듯 가지를 흔들고
새잎 아가들은 연한 입술로 옹알이를 한다
참, 그만 모든 것 내던지고 싶은 이 만신창이 별에서
숲은 무슨 배짱인지 또 거뜬히 봄을 시작한다
환장할 일이다
이 만신창이 별에서
연한 새잎들로 봄을 시작하는
상림의 천년 고목들처럼
진눈깨비 흩날리는 오늘도
거뜬히 봄을 만들어 갈 우리 시민들의 배짱을
저는... 믿습니다.
신장식의 오늘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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